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단순한 미래의 상상이 아닌, 산업과 도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 흐름 속에서 한국의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이 흐름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주요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과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이들이 펼쳐 나가고 있는 기술의 방향성과 의미를 살펴본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와 가능성
자율주행 기술은 더 이상 실험적인 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 중국, 독일 등 기술 선진국들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마주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기에는 대형 완성차 제조사 중심의 기술 개발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 벤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특히 정부의 R&D 지원, 규제 샌드박스 제도 운영, 판교 제로시티 등 테스트베드 조성 등도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글로벌 최고 수준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나,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예컨대 초소형 라이다 센서, 실시간 정밀지도, V2X 통신 인프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적 연계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각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차그룹: 완성차 기반의 자율주행 종합 플랫폼 전략
현대자동차그룹은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단순히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넣는 것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를 포괄하는 플랫폼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회사인 모셔널(Motional)은 미국의 앱티브와의 합작 회사로, 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실제 로보택시 실험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 내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인프라, 서비스, 데이터 기반까지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를 중심으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며, IONIQ 5 기반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운행된 사례도 있다. 또한 현대차는 인공지능 기반 주행 판단 알고리즘, 자율주행용 전용 반도체, 센서 융합 솔루션 개발 등 다방면에서 투자를 지속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라이(MORAI): 시뮬레이션 기반 자율주행 검증 솔루션
모라이는 자율주행 기술 중 ‘검증과 테스트’라는 중요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는 것은 시간, 비용, 안전 측면에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모라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솔루션은 정밀도로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상환경에서 구현하고, 실제 차량처럼 반응하는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수천 번의 반복 실험을 거치며 알고리즘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모라이의 기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항공·드론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으며,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술적 차별화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실도로 검증 데이터와 연결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평가가 높다.
스트라드비젼(StradVision): 인공지능 기반 영상 인식 기술
스트라드비젼은 차량용 영상 인식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객체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으며, 주로 전방위 카메라를 통해 보행자, 차량, 신호등, 차선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트라드비젼의 기술은 딥러닝 기반이지만, 차량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낮은 연산 자원에서도 빠르게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적화된 경량화가 핵심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신경망 경량화 기술을 통해 고속 연산과 낮은 소비전력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DMS)과 주변 인식 기능(ADAS)을 통합한 멀티 카메라 대응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토르드라이브(ThorDrive): 공항과 물류 중심의 상용화 실험
토르드라이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확장된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현재는 인천국제공항과 협력해 자율주행 기반 공항 내 물류 운송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일반 도로보다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공항 환경에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토르드라이브는 단순 주행 기능을 넘어, 경로 최적화, 물류 자동화, 차량 간 통신(V2V) 기능까지 통합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공항, 산업단지, 항만 등 제한된 지역에서 안정적인 자율운행을 구현함으로써, 전면 도심 자율주행보다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이미 실제 환경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받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방향성과 미래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비록 글로벌 리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일정한 간극은 존재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특정 기술 분야에서의 집중과 독창적인 상용화 전략을 통해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인식 알고리즘, 제한된 환경에서의 상용화 실험 등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주목된다. 또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 연구개발 인프라, 그리고 기술을 실제 도시 환경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판교 제로시티, 세종 자율주행 시범지구 등은 테스트베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기술과 사회가 맞닿는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서, 안정성 검증, 데이터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등의 전략적 요소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늘 소개한 기업들과 같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