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운전대를 놓기 시작하면서, 기술은 이제 아주 새로운 질문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만약 사고가 불가피하다면,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길을 인식하고 운전하는 기술을 넘어, 이제 도덕적 판단을 요구받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누가 살아야 할까?
흔히 ‘트롤리 딜레마’로 알려진 윤리적 상황을 자율주행차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차가 주행 중인데 갑자기 도로에 보행자 세 명이 뛰어듭니다.
차를 멈추려면 인도를 향해 급히 방향을 틀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차량에 탄 승객 한 명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이때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 보행자를 보호하고 탑승자를 희생할까?
- 아니면 자신의 승객을 최우선으로 지킬까?
이런 결정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윤리, 철학, 사회적 합의가 모두 얽힌 문제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직감적 판단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논리와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그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윤리를 코드로 짤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도덕적 판단은 ‘정답’이 없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 젊은 사람과 노인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 장애인과 비장애인, 임산부와 일반인 사이에서 선택을 한다면?
기계는 이 선택을 어떤 기준으로 내려야 할까요?
현재 기업들은 몇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합니다:
- 탑승자 우선: 브랜드 신뢰와 법적 책임에 초점 (일부 독일 제조사)
- 최소 피해 원칙: 가능한 한 피해를 줄이는 선택
- 지역별 규범 반영: 각 나라의 문화와 법에 따라 다른 기준 적용
하지만 이런 기준들 역시 일관되지 않고, 투명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더불어, 같은 사고 상황이라도 알고리즘 설계자가 누구인지, 어느 나라 기업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릅니다.
실제 사례는 어떨까?
- 메르세데스-벤츠는 “우리는 항상 탑승자를 먼저 보호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 **구글 웨이모(Waymo)**는 사고 회피를 최우선으로 하되, 불가피한 선택 상황에서는 책임이 명확한 쪽을 우선 고려한다고 합니다.
- MIT는 ‘Moral Machine’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각국 국민이 선호하는 윤리적 선택 기준을 조사했는데요,
결과는 놀랍게도 나라별로 판단 기준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떤 나라는 어린이를 우선했고, 다른 나라는 법규를 지킨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작동하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윤리적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맞는 윤리 알고리즘을 별도로 설계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술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며, 결국 자율주행차는 기술과 사회 가치의 조율 결과물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윤리 알고리즘의 선택은 법적인 책임과도 직결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 차를 만든 제조사?
- 알고리즘을 설계한 개발자?
- 아니면 플랫폼 사업자나 차량 소유자?
더 복잡한 문제는, 만약 알고리즘이 어떤 사람을 ‘덜 중요하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면, 이는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 많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을 살리는 알고리즘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편향된 판단일 수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나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판단 기준을 요구했을 경우, 자율주행차가 상업적 이익에 따라 윤리를 구현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윤리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알고리즘의 기준을 공개하자
– 소비자와 사회가 알고리즘의 판단 원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함 - 국제적인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
– 국가마다 다른 판단 기준을 통일하거나 공존할 수 있게 설계 - 다양한 시뮬레이션 테스트 강화
– 실제 사고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반복 검증 필요 - 시민과 전문가, 정책 담당자가 함께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
– 기술자가 혼자 설계하는 윤리 알고리즘은 위험할 수 있음
또한 교육계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윤리철학을 융합한 교육 과정을 제안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법적으로 윤리 기준을 포함한 AI 기술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기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라는, 전례 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이 어떤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 모두가 동의한 것인가"**입니다.
미래를 안전하게 열기 위해서는, 윤리라는 이름의 운전석에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앉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