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는 이제 더 이상 일부 기술기업의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각국 정부가 교통 인프라, 법·제도, 통신망, 지도 시스템 등 기반을 갖추며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주요 국가는 자율주행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한국의 대표 사례들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미국: 민간 주도, 정부의 유연한 지원
미국은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로, Waymo(구글), Tesla, Cruise(GM) 등 민간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실험과 상용화를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없도록 유연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며, 인프라 접근 권한도 폭넓게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일부 주에서는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가 용이하도록 독자적 규제를 운영 중입니다. 연방 교통부(USDOT)는 전체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규제는 각 주에서 결정하게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 일부 도시는 스마트 신호등과 5G 기반 V2X 장비를 설치해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방식은 정부가 큰 틀을 제시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모델이 특징입니다.
독일: 고속도로 중심의 정밀 인프라와 법제도
독일은 강력한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인프라 현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연방교통부는 민간 지도 업체와 협력해 전국 고속도로 정밀지도(HD 맵) 제작을 국가가 직접 지원합니다. 또한 스마트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통해 일부 구간에는 라이다, 카메라, V2X 장비 등을 설치해 차량-인프라 간 통신 실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레벨 4 자율주행 법안이 통과돼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없이도 자율주행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독일은 기술뿐 아니라 법제도 정비에서도 선도적인 국가로 꼽힙니다.
중국: 정부 주도로 대규모 인프라 구축
중국은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대규모로 추진 중입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는 자율주행 전용 구역을 지정해 인프라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2020년에 발표된 ‘차세대 교통 인프라 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의 자율주행 테스트 구역이 확대되었고, 베이징 하이딩구만 해도 100km 구간에 V2X 장비, HD 맵, 5G 기지국이 설치됐습니다. Baidu, Pony.ai 등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빠르고 대규모 구축이 특징이며, 민간 기업과 지방정부가 협력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본: 고령화 대응, 지역 중심의 인프라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교통 취약 지역 문제 해결을 목표로 자율주행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대도시보다는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자율주행 인프라가 먼저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의 ‘Woven City’ 프로젝트는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을 통합한 사례입니다. 일본은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차(혼다 레전드)를 출시했으며, 지자체 중심의 실증 사업도 활발합니다. 시골 마을이나 섬 지역에서는 자율 셔틀을 도입해 교통 복지를 실험 중입니다. 일본은 기술 혁신보다는 정책 수요에 맞춘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민간의 균형 잡힌 협력 모델
한국은 국토교통부가 로드맵을 주도하면서도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균형형 모델을 추진 중입니다. 대표 사례로 K-City(화성시)는 다양한 도로 환경을 재현해 자율주행차 실험이 가능한 테스트베드이며, 세종시에서는 시민 대상 자율 셔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2030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에 자율주행용 HD 맵을 완비할 계획이며, 통신 3사와 협력해 5G 기반 V2X 통신망 시범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 정부가 인프라와 법제도를 정비하고 민간이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는 체계가 특징입니다.
결론: 나라마다 다른 전략, 같은 목표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각국의 교통 정책, 산업 구조, 도시 특성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지는 종합 시스템입니다.
- 미국: 민간 기술 중심의 유연한 규제
- 독일: 법과 고속도로 중심의 정밀 인프라
- 중국: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구축
- 일본: 지역 복지 중심의 정책적 접근
- 한국: 정부와 민간의 협력형 모델
이처럼 각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